[이슈]세무사회장이 되서는 안 될 사람들'세무사로 옷만 바꿔 입으면 뭘 하나…'경륜 미숙자들의 회장출마는 ‘만용’

[이슈]세무사회장이 되서는 안 될 사람들 "세무사로 옷만 바꿔 입으면 뭘 하나…" 경륜 미숙자들의 회장출마는 ‘만용’: 세무사계 만성적 불황타개 수익창출 등 난제…
바닥정서 모르면 해법도 깜깜키 마련; 2015.06.16 10:15 입력 | 2015.06.16 10:16 수정

조세신문

18일 서울세무사회를 시작으로 전국 지방회 별 순회 투표가 이어지는 제29대 세무사회장 선거는 4파전으로 치러진다. 이창규 前 서울회장, 조용근 前 세무사회장, 손 윤 現 역삼지역회장, 백운찬 前 관세청장(기호 順)이 출사표를 던짐으로서 세무사회 창립 이래 초유의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작금의 이 같은 선거전을 보면서 세무사계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세무사업계는 개업 세무사가 1만1천여 명에 이를 만큼 전문 직종으로 자리 잡았지만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회적 인지도는 바닥 수준이었다. 심지어 세무서장 출신들조차 ‘세무사 간판’ 달기를 꺼렸다. 한마디로 체면 구기는 직업쯤으로 여긴 것이다. 
 
이처럼 백안시되던 세무사 직종이 상승기류를 타게 된 것은 81년도인가, 소득세 서면결정제도 도입부터다. ‘세무조정계산서’ 첨부라는 새로운 제도 출시로 인해 세무사 수입원에 ‘대박’이 터진 것이다. 그 때부터 국세공무원들은 퇴직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선언하며 주저 없이 세무사로 입문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퇴직 후 세무사 개업은 ‘정규 코스’가 된지 오래다. 직급에도 유별이 없다. 말단직에서 1급에 이르기까지 옷을 벗자마자 세무사무실을 차린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납세권(圈)은 물론, 세무사업계에서 조차 ‘터부’시 하는 인사들이 더러 있다. 예 컨데 ‘세무사가 되서는 곤란한 사람’으로 각인된 인물들이다. 재직 시 세심(稅心)은 아예 외면 한 체 국고(國庫)위주의 세정을 고집하거나, 납세자들의 과세불복청구를 담당하는 심판청구 파트에서 납세자 권익을 철저히(?) 외면했던 골수파 전직들이다. 
 
그런데 장본인들은 이런 과거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도 의연하다. 세무사로의 변신과 함께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개업 일성(一聲)을 토하고 있다. 너무나 속 뵈는 변심(變心)이다. 
 
얼마 전 본지는 ‘세무사회장의 필요조건’이라는 기사를 쓴바 있지만, 무늬만 세무사일 뿐 정통성도 없이 과거의 직위(職位)만을 내세우거나, 세무사회장직을 향후 자신의 행보를 위한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인물만큼은 절대 멀리해야 한다. 
 
회원들이 선거를 통해 회직자를 뽑는 것은 이들이 ‘자기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회원이 원하는 일, 업계가 해야 할 일을 풀어보라는 권한의 위임이다. 세무사업계가 걸어온 그간의 애환(哀歡)과 바닥 정서를 모르고서는 회원들이 위임해 준 올바른 방향의 직무수행을 기대 못한다. 
 
요즘 세무사회를 걱정하는 회원이 늘고 있다. 일감은 줄어들고 수임료는 바닥을 치는 등 회원들의 삶이 말이 아닌데, 집행부의 현장 감각이 너무 무뎌 보여서다. 
 
더구나 지금 ‘한국세무사 호(號’)는 승선인원만도 1만1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려면 그 선장은 물길부터 잘 알아야 한다. 경륜이 없으면 현 위치가 대양(大洋)인지, 내천(川)인지 분간을 못한다. 진단이 그르면 옳은 처방 또한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이제 곧 세무사회장을 새로 선출하는 큰 행사의 막이 오른다. 당면한 현안을 잘못 짚거나, 사욕(私慾)이 앞선 나머지 ‘할 일 안하고 안할 일 하는’ 수장(首長)을 선택한다면 세무사업계의 미래는 기대 할 수가 없다. 이제부터 부적격자를 회원들 스스로가 걸러내는 자정(自淨) 능력이 작동돼야 한다. 
 
세무사회의 연간 예산규모는 1백40억여 원, 여기에 연봉(年俸)성격의 회장 수당만도 3억 원을 웃돈다. 예산이 쓸모없이 많게 보이면 쓸모없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1차적으로 이런 임자들이 문턱을 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동안 회 운영에 무관심했던 회원들, 이제 기지개를 펴고 깨어나야 한다. 계속 눈을 감고 있으면 위기에 대한 ‘사전 경고음’을 감지 못한다. 그렇잖아도 지금 세무사업계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안으로는 세무사무소의 지속적인 경영난, 회원 간의 극심한 분열, 밖으로는 유사 자격사들의 끊임없는 업권(業圈)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시기에 세무사업계 정통성을 모르는 세력에게 회무를 맡기는 우(愚)는 범치 말아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세무사업계 특유의 ‘바닥 정서’를 모르면 ‘해법’ 역시도 깜깜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지금이 세무사업계의 백년대계를 위해 매우 중대한 시점이다. 회원 각자의 자아의식(自我意識)이 발동돼야 한다.